엔루파의 다락방

영화 전체 줄거리 및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페이스북의 시작

미국 하버드 대학교 재학생인 ‘마크 저커버그’는 천재적인 컴퓨터 프로그래밍 재능을 지니고 있지만, 인간관계는 비교적 좋지 못한 편입니다. 지나치게 직설적인 그는 술집에서 그의 여자친구 ‘에리카 올브라이트’가 다니는 보스턴 대학교를 무의식적으로 비하하여 에리카에게 차이게 됩니다. 이에 분노하여 하버드 대학교 각 기숙사 웹사이트를 해킹해서 여학생들의 사진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들의 얼굴을 비교하는 웹사이트 ‘페이스매쉬(Facemash)를 만들기에 이릅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이후 마크는 6개월 유기정학 처분을 받고, 학생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받는 신세가 됩니다.

그러던 마크에게 인기도 많고 학점도 높은 ‘윙클보스 형제’와 ‘디브야 나렌드’가 접근하고, 그들은 마크에게 하버드 대학생 전용 네크워크 서비스 ‘하버드 커넥션 (Harvard Connection)’을 구축할 자신들의 계획을 설명하고, 협업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마크는 그것을 흔쾌히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마크는 윙클보스 형제와 디브야의 연락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대신 그의 친구인 ‘에두와르도 새버린’과 함께 ‘더페이스북(thefacebook)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더페이스북이 공개되자 윙클보스 형제는 자신들이 배신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마크 저커버그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소송하기에 이릅니다.

한편, ‘더페이스북’으로 입소문을 탄 마크와 왈도는 음악 플랫폼 ‘냅스터’의 창시자인 ‘숀 파커’의 연락을 받고 그를 만나게 됩니다. 숀은 ‘더(the)’를 빼고 그냥 ‘페이스북’이 더 멋지다는 말을 남기며 자리를 먼저 떠나고, 그런 숀의 말솜씨와 제스처에 마크는 완전히 매료되어 그를 영입하고 싶어한 반면 왈도는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이후 캘리포니아로 회사를 옮긴 마크는 우연히 숀을 만나게 되고, 그를 공식적으로 페이스북 팀의 일원으로서 영입하게 됩니다. 유명한 투자자 ‘피터 틸’의 투자도 손쉽게 이끌어내는 숀과 달리 왈도는 뉴욕에서 큰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데에는 실패했고, 마크와 왈도의 사이는 점점 소원해져 갑니다.

왈도가 페이스북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줄어가던 중, 그는 페이스북 소속 변호사에게 “새로운 투자자에게 회사 지분을 나누어주어야 하니 서류에 서명해야 한다”라는 말을 듣고, 변호사는 마크의 지분이 줄어들고 왈도의 지분은 오히려 31%로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왈도는 서류에 사인하지만, 후에 0.03%로 줄어든 자신의 지분을 보고 자신이 속았음을 깨닫습니다. 마크, 숀 등 다른 소유자들의 지분은 모두 동결됐고 오로지 왈도의 지분을 빼앗아 새 투자자에게 준 것이었습니다. 결국 마크와 왈도의 관계는 완전히 파탄나게 되고, 왈도는 마크를 고소할 것을 예고하며 자리를 떠납니다.

영화는 다시 현시점으로 돌아와서 마크를 비춥니다. 페이스북의 엄청난 성공, 그리고 그 덕분에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에 등극한 마크 저커버그와 그 사이에 있는 두 개의 소송. 진짜 친구 하나 없는 마크는 옛 연인 에리카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들어가 친구 신청을 하고, 그녀가 받아주기만을 기다리는 마크의 모습을 클로즈업하며 영화는 끝납니다.

사람을 연결해주고, 사람을 잃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말 그대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망입니다. 사람들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대표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식을 알고 싶거나, 나의 일상을 공유하고자 하는 이유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더 많은 친구를 얻고 싶어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싶어서’입니다. 그리고 마크 저커버그는 이것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실제로 투자자 ‘피터 틸’은 페이스북이 인간 심리의 취약점을 깊게 파고들었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영화는 현대 사회의 아이러니함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우리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를 무엇보다도 신경 쓰고, 그 수가 커지면 기분이 좋아지고, 줄어들면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팔로워가 많은 사람은 대단해 보이고 모두가 부러워하며, 혹시라도 누군가가 나를 언팔로우하기라도 하면 “혹시 나한테 서운한 게 있나?”라고 자연스레 생각하게 됩니다. SNS 안의 인간관계는 무척 신경 쓰고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정작 현실 세계의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소홀하기도 합니다.

영화의 포스터에는 “5억 명의 친구를 얻기 위해서는 몇 명의 적을 만들 수밖에 없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마크 역시 더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가장 친한 친구인 왈도를 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페이스북이라는 이름의 ‘성공’, 즉 5억 명의 친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의 사람의 되어줄 수 있었던 왈도, 에리카와 같은 친구는 잃어버리고 맙니다. 사회적인 매력 하나 없던 학부생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의 CEO가 되지만, 이제는 ‘양’이 아닌 ‘질’이라는 문제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렇다면 마크가 페이스북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아마도 페이스북이 자신을 ‘쿨’하게 만들어주는 도구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 내에서도 마크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확실히 공감 능력이나 윤리의식이 부족한 모습이 두드러집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성공이라는 목표에 방해가 되는 것은 가차 없이 쳐내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모순적이게도 자신을 학교에서 고립시켰던 아이디어가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 준 것입니다.

또한, 마크는 영화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입니다. 왈도는 여자친구의 집착에 분노하고 두려움을 느낍니다. 숀은 경찰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마약을 추궁하자 심히 당황합니다. 하지만 마크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이런 마크를 주인공으로 두면서도,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인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마크는 왈도가 사인한 계약서의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정말 왈도의 동물 학대 소문을 퍼트렸는지, 경찰에게 숀이 마약을 갖고 있다고 신고했는지, 그 어떤 것도 확실하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여러모로 인간답지 않고, 속을 알 수 없는 인물로 마크 저커버그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소셜 네트워크>는 인간관계에 서투른 한 사람이 세계 최대의 인간관계 서비스를 만들어낸 실화 기반 영화입니다. 탁월한 편집과 지금 시점에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만한 메시지, 주제를 담고 있는 훌륭한 영화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2022.11.15 - 기생충 영화 줄거리 및 리뷰, 봉준호 감독 아카데미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