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 <아르헨티나 vs 프랑스>가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결승전이 시작되기 전, 아르헨티나가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까지 걸어온 길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기로 합시다.
루사일의 악몽
조별리그 1차전 vs 사우디아라비아
"ARABIAN NIGHTMARE"
- 경기 이후 영국 잡지 The Sun(더 선)의 평론
A매치 36경기 무패, 코파 아메리카 2021 우승국,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 후보.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할 때 아르헨티나를 설명하는 문구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 첫 번째 경기만에 월드컵 사상 가장 충격적인 경기 중 하나의 희생양이 됩니다. 상대는 월드컵 32개국 중 최약체로 꼽히는 아시아 국가, 사우디아라비아였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이른 시간에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리오넬 메시가 무사히 성공시키며 경기 시작 10분 만에 리드를 잡게 됩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는 이제 자신들이 경기를 쉽게 장악할 것이라 판단하고 더 공격을 몰아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라우타로, 메시 등이 몇 차례 골망을 더 흔들었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새로 도입된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에 의해서 전부 무효 처리되고 맙니다. 그렇게 양 팀은 추가 득점 없이 전반전을 마무리합니다.
경기 이후에 공개된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사우디의 르나르 감독은 하프타임 때 사우디 선수들에게 더 압박하라고 크게 다그치는 동시에 '이길 수 있다'라며 힘을 불어넣어 줍니다.
이 덕분일까요? 사우디는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동점골을 넣습니다. 살레 알셰흐리가 로메로를 경합하면서 날린 슈팅이 아르헨티나 골문 오른쪽으로 빨려 들어간 것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한 아르헨티나는 급격히 흔들리고 시작했고, 불과 5분 후 살렘 알다우사리가 오른발로 찬 공이 마르티네스 골키퍼의 손끝을 스치고 오른쪽 상단에 꽂힙니다.
다급해진 아르헨티나는 사우디의 골문을 계속 두드리지만, 그때마다 알오와이스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에 번번이 막히고, 그렇게 경기는 아르헨티나의 1:2 패배로 끝나게 됩니다.
36경기 무패 기록이 끝났고, 아르헨티나에게 무엇보다 뼈아픈 패배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르헨티나가 결승에 진출한 지금 시점에서는 무엇보다도 '필요한' 패배였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반등의 시작
조별리그 2차전 vs 멕시코
"저는 레오에게 쓰레기를 건넸지만, 그는 항상 모든 해결책을 찾았죠."
- 앙헬 디마리아, 경기 이후 선제골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멕시코전 패배 시 탈락". 이것이 첫 경기를 패한 아르헨티나에게 붙여진 딱지였습니다.
다른 건 없었습니다.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은 "멕시코전이 첫 경기라고 생각하고 다시 준비하겠다"라고 다짐했고, 메시는 "다시 한번 믿어달라.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이 전부였고, 이 두 사람은 약속을 지켰습니다.
멕시코와의 전반전이 끝난 뒤, 많은 축구팬들은 거의 확신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 탈락이고, 잘 해야 16강"이라고 말입니다. 사우디에게 패한 여파가 컸던 것인지, 아르헨티나의 경기력은 그 정도로 형편없었습니다.
어쩌면 아르헨티나는 실제로 조별리그에서 짐을 싼 국가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게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특별한 - 다른 팀들에게는 없는 하나가 있었습니다. 바로 리오넬 메시였습니다.
후반 19분경, 메시는 박스 바깥 중앙 부근에서 디마리아의 패스를 받은 뒤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만들어냅니다. 이때 골 기대값은 0.02로, 즉 이 상황에서 골이 들어갈 확률은 고작 2%였습니다.
그리고 이 2%를 시작으로 많은 것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후반 42분경, 박스 왼쪽에서 메시의 패스를 받은 엔소 페르난데스가 페인트 동작으로 멕시코 수비수를 벗겨낸 뒤 깔끔한 오른발 슈팅으로 쐐기골을 넣게 됩니다.
아르헨티나는 그렇게 2:0 클린시트 승리를 거두고, 조 1위 진출의 희망을 안고 3차전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C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다
조별리그 3차전 vs 폴란드
아르헨티나의 조별리그 3차전 상대는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가 이끄는 폴란드였습니다. 폴란드는 멕시코와 무승부를 거두고 사우디를 상대로 승리하여 조 1위로 있는 상황이었기에, 단순 16강 진출을 넘어 1위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꼭 승리해야 했습니다.
전반전에 메시가 슈체스니와의 헤딩 경합을 하면서 PK를 얻어냈으나, 선방에 막혔습니다. 앞서가며 전반전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아르헨티나였지만, 물오른 슈체스니의 페널티킥 선방 감각에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4년 전 아이슬란드전을 떠올리게 만드는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맥 앨리스터가 박스 안에서 낮게 깔아 찬 공이 회전에 걸려 골대를 맞추고, 폴란드 골문 안으로 그대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후 폴란드는 별다른 위협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하고, 약 21분 뒤 엔소의 패스를 받은 알바레스가 좋은 퍼스트 터치 이후에 곧바로 골문 상단으로 공을 꽂아 넣으며 아르헨티나가 2:0으로 차이를 벌립니다.
아르헨티나는 라우타로 등이 더 스코어를 벌릴 수 있었지만 결정력을 보여주지는 못했고, 경기는 그대로 2:0으로 끝나며 아르헨티나가 조 1위, 폴란드가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게 됩니다.
엔소, 알바레스, 맥 앨리스터 등 아르헨티나가 이번 월드컵에서 새로 발굴한 신예들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 대회이기도 합니다. 그저 '원맨팀'이었던 아르헨티나가, 조금씩 '원팀'으로 변화하기 시작하는 때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메시의 월드컵 토너먼트 첫 득점
16강 vs 호주
"저는 메시에게 패스를 주었고, 제가 할 일은 그게 전부였어요."
- 니콜라스 오타멘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의 16강 상대는 이번 월드컵 이변의 주인공 중 하나인 호주였습니다.
35분, 박스 안에서 오타멘디와의 원투 패스를 받은 메시가 땅볼로 호주의 오른쪽 구석을 겨냥, 선제골을 기록합니다. 메시의 첫 월드컵 토너먼트 골이었습니다.
후반 22분, 데 파울과 알바레스가 공을 가지고 있던 매튜 라이언 골키퍼를 순간적으로 압박하고, 알바레스가 볼을 탈취해내 추가 득점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일렀습니다. 박스 바깥 왼쪽에서 호주의 크레이그 굿윈이 때린 공이 엔소 페르난데스의 발을 맞고 굴절, 아르헨티나의 골문 오른쪽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호주는 경기 막판 몇 차례의 맹공을 퍼부었지만, 아르헨티나 수비진과 마르티네스 골키퍼가 가까스로 막아내며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지옥 문턱에서 살아나다
8강 vs 네덜란드
"진짜는 오로지 너 하나야, 메시."
- 데이비드 베컴, 경기 이후
아마도 카타르 월드컵 최고의 경기일지도 모릅니다.
35분, 이번에도 빛난 건 메시였습니다. 메시의 엄청난 스루패스를 받은 몰리나가 네덜란드 골문 왼쪽으로 침착하게 밀어 넣으면서 아르헨티나가 리드를 잡고 전반전이 끝납니다.
후반전이 시작하면서 네덜란드는 2장의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스칼로니 감독은 가벼운 부상을 안고 뛰던 데파울을 빼고 파레데스를 투입했습니다.
그러던 71분, 마르코스 아쿠냐가 침투하던 중 둠프리스에 걸려 넘어지면서 아르헨티나는 페널티킥을 얻게 됩니다. 메시가 오른쪽으로 가볍게 차 넣으면서 아르헨티나는 2:0으로 점수 차를 벌리고, 네덜란드는 80분까지 별다른 공격을 하지 못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가 무난히 승리를 가져갈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83분, 베호르스트가 자신의 큰 키를 이용해 꽤 먼 거리에서 날린 헤더가 땅에 바운스 되며 아르헨티나 골문 왼쪽으로 빨려 들어갔고, 네덜란드는 추격골에 성공합니다.
89분, 아르헨티나의 파레데스가 위험한 태클을 날리고 공을 네덜란드 벤치 쪽으로 차버렸으며, 이로 인해 그는 옐로카드를 받고 양 팀의 신경전은 갈수록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추가시간은 10분이 주어졌고, 아르헨티나는 네덜란드의 공세를 잘 막아내는 듯 보였지만, 추가시간이 다 끝나기 불과 몇 초 전에 네덜란드는 매우 가까운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냅니다.
직접 프리킥을 노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코프메이너르스는 바로 앞에서 아르헨티나 수비진과 경합하던 베호르스트에게 패스, 그리고 베호르스트가 침착하게 몸을 돌리며 가볍게 골문 안으로 차 넣게 됩니다. 이 골이 들어간 시간은 90+11분이었고, 승부는 곧장 연장전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양 팀은 연장전에서고 난타전을 펼쳤지만 엔소의 마지막 슈팅이 골대를 맞고 흘러나오는 등 전부 무위로 돌아가고 맙니다.
결국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희비는 승부차기 갈리게 됩니다. 네덜란드의 1, 2번 키커인 반 다이크, 베르하위스기 모두 마르티네스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막힌 것과는 달리 아르헨티나의 메시, 파레데스는 모두 성공시키며 일찍이 승기를 잡습니다. 엔소는 실축하지만, 라우타로가 마지막으로 성공하며 아르헨티나는 4강으로 가게 됩니다.
그야말로 지옥에서 천국으로 다시 돌아간 아르헨티나였습니다.
또다른 LM10과의 대결
"메시가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역사상 최고의 선수이고, 그럴 자격이 있어요."
- 루카 모드리치, 경기 이후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의 4강 상대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국인 크로아티아였습니다. 리오넬 메시와 루카 모드리치라는 두 레전드의 만남도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결과는 4년 전 조별리그 때와는 정반대로, 아르헨티나의 3:0 승리였습니다.
33분 즈음에 알바레스의 순간적인 침투에 맞게 공이 전달되었고, 크로아티아의 리바코비치 골키퍼가 이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 채 알바레스와 충돌, 메시가 PK를 오른쪽 상단으로 꽂아 넣으며 성공시킵니다.
불과 5분 후, 알바레스가 행운이 따른 드리블로 골키퍼를 포함한 3명의 크로아티아 수비진을 농락한 뒤 멋진 드리블 골을 넣었으며, 아르헨티나는 전반전을 그렇게 2:0으로 앞서간 채 끝냅니다.
2연속 연장전을 치른 크로아티아는 체력 문제를 결국 드러냈고, 별다른 공격을 하지 못했습니다. 69분, 메시가 자신의 밸런스 능력을 이용한 엄청난 드리블을 보여주며 그바르디올을 따돌리고 알바레스에게 공을 패스, 알바레스가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아르헨티나는 3:0 완승을 거두게 됩니다.
아르헨티나는 그렇게 8년 만에 월드컵 결승에 진출하게 됩니다. 3:0 클린시트 승리라는 기분 좋은 흐름으로 결승전을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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